방언의 은사를 통해 당신의 존재를 확증해주셨던 하나님은 완전초짜인 나에게 엄마가 갓난아기를 돌보듯 당신의 살아계심을 틈만 나면 보여주셨다. 방언기도를 하면 영적 황홀경에 빠져 감격의 눈물이 흘렀다. 히죽히죽 괜히 웃음이 나오고, 십자가 대속과 보혈의 은혜를 생각하며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하였다.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셔라,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리라'는 말씀대로 실제로 내 배속에서 온 몸을 시원케 하는 생수가 몇일동안 졸졸졸 흘렀다.
눈이 시원해지면서 세상이 그렇게 깨끗하게 보일 수 없었고 도시의 가로수가 반짝반짝 빛나며 하나님을 찬양하는 듯하였다. 전에는 젊고 싱싱한 여자들을 보면 응큼한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는 '어떻게 하나님께서 저렇게 아름답게 만드셨을까!!'라는 감탄사만 나오며 마음이 수정처럼 맑고 깨끗해져서 마치 딴 세상에 사는 기분이었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라는 말씀을 그야말로 생생하게 체험하는 시간들이었다.
이렇게 2~3개월간 꿈같은 밀월(Honeymoon)의 시간이 지나자 하나님은 '말씀'으로 나의 영적 기초체력을 다져주시기 시작했다.
우선, Campus 선교단체인 UBF(대학생성경읽기선교회) 형제의 인도를 받아 동 선교회에 가입하게 되었다. 초신자인 나에게는 가입자에게 가르쳐주는 7단계 Seven-Step 성경공부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창1:1(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부터 시작해서 마16:16(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니이다)의 신앙고백으로 끝나는 과정은 말씀에 기초한 확실한 구원의 확신을 갖게 해주었다.
다음으로, 복학해서 만난 같은 과 믿음의 형제를 통해 유명한 목사님이 진행하는 '하나님의 의도'라는 성경공부 모임에 나가게 되었다. 이것은 성경 전체를 거시적으로 개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과정이었다. 이를 통해 왜 하나님께서 천지만물과 인간을 창조했는지, 어떻게 죄를 지었는지, 왜 구원자 예수님을 보냈는지, 구원받은 우리를 통해 하나님께서 뭘 이루시기 원하는지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세번째로, 1:1성경공부를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보다 세밀하게 배우게 하셨다. UBF에서는 목자와 양으로 팀이 구성되는데, 목자는 다음주 스텝목자(교회의 담임목사)가 설교할 본문을 가지고 주간에 양들과 1대1로 만나 2시간 동안 성경공부를 했다. 이를 통해 설교할 본문의 내용과 의미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나름 적용까지 하게 되는데, 주일날 스텝목자가 설교를 통해 더 깊고 다양하게 풀어주면 그 본문은 완전히 나의 것이 되는 것이었다.
네번째로, UBF를 통해 말씀을 보는 눈이 열리니 말씀에 대한 갈급함이 생겨 UBF 성경공부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 개인적으로 성경공부를 하게 하셨다. 먼저 석원태 목사가 저술한 '기독교 7영리'를 보았다. 신론, 인간론, 기독론, 구원론, 성령론, 교회론, 종말론 등 기독교 교리를 간단하게 설명해놓은 것이었다. 다음으로 CCC의 '10단계 성경공부' 교재와 네비게이토선교회의 '그리스도인의 생활연구(10권)' 교재로 성경구절을 일일이 찾아 옮겨적으며 독학을 하였다. 이를 통해 성경의 중요한 구절들을 다 파악하게 되었고, 예수믿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행동하고 생활해야 하는지를 보다 깊이 알게 되었다. 또 이 당시 중요한 성경구절들을 많이 암송하게 되었다. 특히 로마서 8장 전체를 암송했을 때는 온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지는 현상이 몇일동안 지속되었는데, 말씀이 곧 불(렘23:29)이라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하나님은 UBF에서 QT훈련을 철저하게 시키셨다. UBF가 자체 제작한 교재로 매일 아침 의무적으로 QT를 하고 캠퍼스에 모여 팀별로 QT나눔모임을 가졌다. F-M-A 3단계 QT를 했는데, F(Fact)는 본문내용 관찰이고 M(Meaning)은 의미파악 및 묵상, A(Application)는 삶에 적용하는 순이었다. QT내용을 F-M-A 순서에 따라 노트에 반드시 기록하게 했는데, 대학 졸업할 때까지 2년동안 이렇게 QT노트를 매일 작성하다 보니 말씀을 통해 넘치도록 은혜받는 것은 기본이고 문장 분석력과 내용 파악력, 그리고 논리적으로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작문솜씨가 눈에 띄게 향상되는 걸 느꼈다.
돌이켜보면 대학 3학년 직전에 하나님을 만났던 나는 당시 초보신앙인으로 뭘해야 할지 아무것도 몰랐는데 하나님은 영적 기초체력을 다지고 근육을 키울 수 있도록 이토록 세밀하게 인도하셨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2년동안, 초창기의 체험신앙에 머무르지 않고 말씀으로 철저히 무장토록 해주셨다. 나의 신앙을 견고한 토대 위에 세워주신 선하신 사랑의 손길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