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삼일TALK

.

며칠전 헌팅을 다녀왔습니다.
서울역을 돌아보았습니다. 미니시리즈 병력정도 되어야 노숙자와 구경꾼을 통제할 수 있다는 서울역.... 단막 병력으로는 어림없다는 의견들에 촬영범위를 좁혀서 외진데로 택해야 하나, 아니 그래도 서울역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어야 하는데,촬영범위를 좁혀가는 건 비겁인데..... 하면서 헤매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피디 일이 재미있는게 끊임없이 선택을 하게 하는 것 이다 싶어요.

헌팅을 하면서는 더럭 겁이 났습니다.
몸이 너무 힘들어서(장소 찾아다니는 헌팅이 촬영때보다 더 힘이 드네요. 계속 이동해야 하니까요, 잠시도 쉴틈 없이) 내가 이러다 드라마에 대한 본능적 욕구가 없어지면 어떡하나 하였지요. 프로그램 제작에 휘몰리지 않고, 어떻게 드라마를 잘할까를 고민하기보다는 어떻게 단막하나라도 따낼까 고민하다 보니, 나태함이 이미 배여있을 것입니다. 드라마를 통해서 하나님 나라를 넓히는게 소망인데. 선한 드라마해서 이땅의 미디어 밝게 하는게 소망인데.... 하면서 우울하였습니다.

그날은 주인공역으로 섭외중이던 박상면씨에게서 연락이 오기로 하였었습니다. 저는 박상면씨를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처음 보고 나서 프로그램 할때마다 박상면씨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단 한번도,누구나 생각하는 코믹한 캐릭터로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박상면씨에게서 삶의 깊은 맛을 드러내는 배우를 저는 봅니다. 선 굵은 연기속의 깊이. 박상면씨와 같이 하면 저는 홍보문구를 <박상면, 눈물로 웃음을 만들다>로 하고 싶습니다.

제가 조연출 막 시작할 때 조형기씨랑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조형기씨를 아주 여린 멜로 주인공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저 선굵은 얼굴에서 눈물이 떨어질 때 그 어느 (얼굴 야리야리하게 ) 잘생긴 배우가 하는 것 보다 더 깊은 울림이 있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밝게 가면서도 삶의 애잔함을 박상면씨를 통해 보이려 합니다.-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그에게서 기다리던 연락은 안왔습니다. 이럴때는 촐랑대며 먼저 전화해서는 이득이 없다는 걸 알기에 4시까지 기다려 보기로 하였습니다.

3시 57분에 전화가 오더군요. 하겠다고.

저는 그때 생각하였지요. 하나님이 내가 힘빠져 하시는 것에 위로와 힘을 주시는구나. 계속 드라마 하라시는구나.
지친 엘리야에게 먹을 것을 주시며 위로하신 하나님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로뎀 나무 아래에 누워 자더니 천사가 그를 어루만지며 그에게 이르되 일어나서 먹으라 하는지라 
  본즉 머리맡에 숯불에 구운 떡과 한 병 물이 있더라 이에 먹고 마시고 다시 누웠더니 여호와의 천사가 또 다시 와서 어루만지며 이르되 일어나 먹으라 네가 갈 길을 다 가지 못할까 하노라 하는지라 
이에 일어나 먹고 마시고 그 음식물의 힘을 의지하여 사십 주 사십 야를 가서 하나님의 산 호렙에 이르니라> 열왕기 상 19장 5-8절

이제 촬영을 시작했고, 힘겨움에 허덕입니다.
정말 내 힘으로는 힘이 부쳐서 포기하고 쓰러질 것 같습니다. 하나님이 도우시지 않으면 불가능해서 매달리며 가고 있습니다.
도움받는 기쁨에 하루하루 힘이 부쩍부쩍 나지는 않습니다. 신이 나지도 않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힘겹게 날을 넘길뿐입니다. 이때의 감사는 신나서 외치는 것으로 존재하지 않고, 힘겨워서 허덕이며 가쁘게 내 몰아 쉬는 한숨위에 얹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