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전에 차별금지법에 관한 문자메시지를 받고 궁금증이 생겨 국회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았습니다. 3개의 '차별금지법(안)'이 입법예고 되어 있었고(편의상 제1법안, 제2법안, 제3법안이라. 하겠습니다). 이 중에서 민주당 최원식의원 등이 발의한 제3법안(총47개 조문)을 중심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읽다 보니 '차별금지법'이 가져올 영향에 대해 떠올라 정리해 보았으며, 많이들 그러시겠지만 저도 동성애와 관련된 부분에 자연스레 관심을 두고 읽게 되었습니다.
(지금쯤은 해당 법안을 읽어 보신 분이 많으시겠지만, 참고하시라는 의미에서 해당 법안을 첨부하였습니다.)
차별금지법(이하 '법안'이라고 합니다)은 동성애와 양성애를 "성적 지향"으로, 트랜스젠더(법안에서는 '자신의 성별에 관한 인식 또는 표현'으로 풀어서 기재되어 있습니다)를 "성별정체성"로 정의하고(제3조) "성적 지향", "성별정체성" 및 기타 차별사유를 포괄하여 "성별, 학력, 지역 등"이라고 사용하며(제4조 제1호) '성적 지향' 또는 '성별정체성'이라는 용어는 제4조 이후로는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즉, "성별, 학력, 지역 등"이라는 표현 속에는 동성애와 트랜스젠더를 포함합니다(이글에서는 "성별, 학력, 지역 등"이라는 용어를 "성적 지향등"으로 변경해서 사용하겠습니다).
'법안'은 차별의 유형으로 '합리적인 이유없이 성적지향등으로 인한 차별'(제4조 제1호)과 '성적 지향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서 분리/구별/제한/배제/거부 등 불리한 대우를 표시하거나 조장하는 것'(제4조 제5호) 등을 들면서, 국민 모두에게 차별금지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제5조). 아울러 법령의 정책과 집행에 있어서도 이러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제4조 제2호 라).
국가는 차별없는 사회를 위해 차별금지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여야 합니다(제8조~제14조). 교육/고용/재화 및 용역의 이용/ 행정서비스 제공 영역에서는 각 영역별 차별금지내용을 구체적으로 규율하고 있습니다(제15조~제39조)
법안에 정한 차별금지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국가인권위의 진정 대상이 되고(제40조. 제1법안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시정명령 및 불이행시 이행강제금(3000만원 이하)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함),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의 대상이 됩니다(제42조. 일부 법안은 징벌적손해배상제도 도입). '교육'과 '고용' 영역에서 그 사용자나 교육기관의 장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됩니다(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제46조 *). 또한 이러한 민사 소송, 형사상 수사 또는 국가인권위 진정 과정에서 "법에서 정하는 차별이 아니거나,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은 차별행위를 한 자가 입증하여야 합니다(제43조).
[(*) 형사처벌 조항은 아마도 차별 그 자체 보다는 구제절차 과정에서 증언을 하였다는 이유로 '불이익한 조치'를 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듯 합니다. 다만, '제45조 1항을 위반한 경우'라고 기재하지 않고 '제45조를 위반한 경우'라고만 기재하여 45조 제2항(차별행위) 위반도 처벌 대상으로 한다는 혼동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명확히 수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목회자가 설교에서 동성애를 비방하고 죄라고 선포할 경우, 이러한 유형은 제4조 제1호 또는 제5호의 차별행위에 해당하여 민사상 손해배상 또는 인권위의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이 될 것입니다. 물론, 합리적인 이유(제4조 제1호) 또는 정당한 사유를(제43조) 입증하면 이러한 지급의무가 소멸되겠지만, 법원을 통한 최종적인 판결을 받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고, 무엇보다 법 자체적으로 '합리성' 이나 '정당성'에 대한 아무런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동성애의 죄성을 선포하는 설교의 내용도 위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참고로, '영국의 2010년 차별금지법'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여, 동성애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종교단체, 고용에 있어서의 종교적인 요건, 교육에 있어서 동성결혼에 대한 부분, 종교적 성격의 초중고등학교> 등을 차별금지예외사유로 기재함으로써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한 바 있습니다.
교육기관에 대하여도 이러한 내용이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교육내용 및 생활지도 기준에 성적지향등에 대한 차별적인 내용을 포함할 수 없습니다(제16조). 따라서 동성애자(또는 동성애 지지자)들만 가입할 수 있는 동아리나 써클을 대학교는 물론 초중고등학교에서 만들겠다고 할 경우, 또는 이에 대한 스터디를 하겠다고 하는 경우에 적어도 동성애라는 이유만으로는 이를 저지할 수 없습니다(물론, 합리적인 이유나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허용되겠지만 인본주의와 다양한 종교성을 수용하는 교육의 영역에서 이러한 정당성이 인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 참고로, 제가 받은 카톡 메세지에서는 '학교에서 항문성교 동영상을 보여주며 가르쳐야 한다'고 적혀 있던데 현재의 법안만 볼 때 교육기관에 그러한 의무가 부여되어 있지는 않는 듯 합니다. 다만, '동성애도 이성애와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것이다'라는 정도의 교육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을 거 같습니다.]
나아가 '법안'은 성적지향등에 대한 차별행위를 소극적으로 금지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인 계도활동에까지 나설 의무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국가와 지자체는 차별받지 않는 사회가 되도록 법령이나 제도를 마련하여야 하고, 교육/언론/문화 환경을 조성하여야 하며(제6조 제1항 2항),평등권과 관련한 법령을 제정,개정하거나 정책을 수립하는 경우에는 차별금지법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하여야 하고(제7조), 차별금지요소에 대한 국민의 인식전환을 위한 언론, 학문, 예술 등 사회분위기를 조성하고 회사, 사회집단, 교육기관 등의 차별요소 제거를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여야 합니다(제12조). 동성애 인권을 옹호하는 단체 등에 대해서도 여타의 시민단체와 같은 수준에서 지원해 주어야 할 것이고, 동성애는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적극적인 홍보활동도 이루어 질 것입니다. 이에 편승하여 외국처럼 동성애자의 퍼레이드가 이루어 질 여지도 충분합니다. 이러한 계도의무는 교육기관에게도 적용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제13조)
'법안'은 차별금지에 대한 '일반법'입니다. 따라서 각 항목별로 차별금지를 구체화하기 위한 개별법령들이 제정될 것이고 차별금지법은 그런 법령 제정의 근거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서양의 흐름을 볼 때, 차별금지법의 제정 이후에 동성애와 동성혼, 동성부부의 입양 등이 허용되는 방향으로 관련 법령이 제정 및 개정되어 갔습니다. 차별금지법이 통과된다면 한국도 이런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많겠지요. 그리고 현재로서도 일부 조항은 이미 구체적인 규범 내용을 포함하고, 위반시 제재사항도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으므로 단순히 선언적 의미의 법률에 불과하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인권영역을 다루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법과 비교해 보면,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는 동성애자 차별에 대해 조사와 개선권고의 근거를 부여하는데 불과한 반면,
차별금지법안은
1. 차별금지의무를 직접적으로 명시하여 부과하였기 때문에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행위가 그 자체로 위법성을 갖게 되고, 그 결과 인권위의 시정명령 및 이행강제금 부과, 민사상 손해배상 그리고 (구체적으로는 해석의 여지가 있지만)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점
2. 트랜스젠더(성별정체성)를 보호대상으로 새로이 포함하고 있다는 점
3. 성적지향에 대한 (국가의) 차별금지계획 수립의무, 인식전환을 위한 분위기 조성의무, (국가와 지차체의) 법령정비의무 등을 부과하여 두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성적지향이 확대되는 발판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 등이
차이가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살펴볼 때 차별금지법안은 동성애자들의 경제활동이나 정치적인 권리행사에서의 차별 금지를 규정하는 것에 머물지 않습니다. 특히 교육 및 종교 영역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동성애를 옹호할 것인지, 반대할 것인지는 개인의 판단사항이라 하더라도, 차별금지법의 내용과 결과는 적절하게 전달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 거 같아서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더 간략히 핵심만 정리해 전달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긴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