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청부나 목장 등 단체 카톡방에 국회에 입법예고된 '차별금지법'과 관련된 확인되지 않은 사실과 억측, 왜곡된 정보들이 간사, 리더, 목자들을 통해 엄청나게 뿌려지고 있습니다. 처음 이런 정보나 단체 카톡을 발송한 단체도 불분명하거니와 상당히 불순한 의도가 보이는데도 입법예고된 '차별금지법'의 입법취지와 내용도 자세히 알아보지 않은채, 팀원들, 간사, 리더들이 단체 카톡을 다단계처럼 발송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법안을 제대로 이해하고 찬성하든지, 반대하든지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입니다만, 제대로 내용도 모르는 채 부화뇌동하여 무분별하게 교회의 책임있는 직분을 갖고 있는 간사, 리더들까지 확인되지 않은 사실, 왜곡된 정보를 단체 카톡으로 뿌리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마치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것'만이 '크리스천의 마땅한 도리'라고 몰아가는 것은 더욱 큰 문제겠죠.
'차별금지법'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차별금지법의 내용도 제대로 모른 채 무분별하게 선동당하는 기독교인들을 향한 좋은 글이라 생각되어 우리 교회 '정창진' 집사님이 '크로스로'라는 기독언론에 기고한 글을 공유합니다.
원문 링크: http://www.crosslow.com/news/articleView.html?idxno=1139
"차별 권하는 기독교 때문에 낯뜨겁습니다"
정창진 |
며칠 동안 지인들로부터 차별금지 법안에 대한 메시지를 몇 건 받았습니다. 내용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차별 금지 법안이 발의됐는데, 그 법안이 통과될 경우 교회에 심각한 해가 될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메시지의 중심내용은 차별 금지 법안에 따라 기독교 전도의 길이 막힐 것이고, 타 종교를 비방하는 설교를 해서도 안 되며, 학교에서는 항문 성교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동성애에 대해 가르치게 되어 자라나는 아이들의 성 정체성에 큰 혼란을 주게 될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문자를 받고 일단, 차별 금지 법안을 여러 차례 꼼꼼히 읽어 보았습니다. 법안의 골자는 인종, 지역, 성별, 나이, 종교, 성정체성에 상관없이 어떤 경우에라도 사회 구성원에 대한 차별을 행해서는 안 된다는 대단히 상식적인 것이었습니다. 또 법안의 내용은 이미 UN에서 우리나라에 채택을 촉구한 내용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법안의 내용 중에서 기독교인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종교’와 ‘성정체성’에 관한 것이었는데, 제가 받았던 문자에서 주장했던 내용들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문자와 법안의 차이점을 밝혀보자면, 첫째로, 기독교 전도의 문이 막힐 것이라는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이미 차별금지 법안을 발효시킨 미국의 경우, 공공장소에서의 전도는 종교의 자유에 따라 금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전도하다가 체포되었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하는데 이는 2012년 3월 캘리포니아 주에서 있었던 사건으로 DMV(Division of Motor Vehicle) 내에서 전도 활동을 했던 전도인을 체포한 것이었습니다. 이 일은 공공기관에서 전도를 한 사례였습니다. 미국에서는 전도 할 때, 청중이 전도내용을 거부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 가능한 장소에서의 전도만 허용됩니다. 예를 들어 길거리, 마켓 앞처럼 사람들이 언제든지 그 장소를 벗어날 수 있는 장소에서의 전도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특정 업무를 위해 줄을 서있어야 하는 경우는 전도자의 메시지를 자신의 의사에 반해 ‘들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있음으로, 이런 상황에서는 전도는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공공기관에서도 마찬가지고 우리나라의 경우도 동일합니다. 동사무소에서 필요한 업무를 보거나 놀이공원 입장권을 구입하려고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도를 하면 당연히 제지당하거나 쫓겨나며, 이에 불응할 경우 체포될 수도 있습니다.
둘째, 타 종교를 비방하는 설교를 해서도 안되고, 타 종교인을 교회의 직원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부분 역시 사실과 다릅니다. 차별 금지 법안이 발효돼도 상위법인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종교의 자유, 집회, 비판의 자유가 인정되기 때문에, 특정 집회나 교회 내에서의 비판의 자유는 보호되기 때문입니다.
차별 금지 법안이 시행되고 있는 미국에서도 목회자가 설교시간에 동성애를 죄라고 했다고 해서 잡혀간 경우는 없으며, 동성애를 죄라고 선언하고 있는 쉐퍼의 전작 역시 절판되지 않고 팔리고 있습니다. 차별 금지 법안은 ‘차별을 금지하자’는 것이지 상위법인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비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법이 아닙니다.
학교에 성경을 가져가도 체포된다는 낭설도 돌고 있는데, 미국 공립학교의 경우 수업시간이 아닌 휴식시간과 점심시간에는 얼마든지 성경을 읽을 수 있습니다. 또 타 종교인을 교회의 직원으로 채용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어떻게 하냐고 하는데, 그건 오히려 해당 직원을 전도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기독교를 혐오하는 사람이 교회 직원으로 지원을 할 리도 없는데, 없는 사실을 가정해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셋째는 가장 미묘한 부분인 동성애에 대한 부분입니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고,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동성애자라고 해서 식당 출입을 거부당하거나, 교통 수단을 이용하지 못하거나 교육의 기회를 제공 받지 못한다면 이는 더 심각한 문제이고 이것은 문명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입니다. 차별금지 법안은 이러한 차별들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지 법안 안에 동성애를 지지하거나 이를 증진하고자 하는 내용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또, 동성애를 죄라고 말하는 것조차 불가능해 진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언급한 대로 종교, 비판의 자유에 따라 교회 내에서와 특정 집회에서 ‘동성애는 죄다’라고 성경을 인용하는 것은 처벌대상이 아닙니다. 학교에서 동성애를 지지하는 교육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 분들도 계신데, 차별 금지법에 따라 차별의 해악성을 알리는 교육이 학교에서 이루어지겠지만, 동성애를 콕 집어서 교육하는 것은 학교의 재량에 따라 다른 사항입니다. 지금도 학교에서는 학교장 재량에 따라 얼마든지 동성애를 지지하는 교육을 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가 이 땅에 들어오고 차별 없이 마음껏 예배할 수 있게 된 것이 불과 70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차별 받고 어려움을 겪어온 기독교. 그러나 어느 순간 기독교가 하나의 권력처럼 되어 그 이름으로 차별을 조장하는 문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만인을 평등하게 창조하셨다’는 성경 말씀에 따라 인간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인권에 대해서도 차별이 없어야 합니다. 설사, 타 종교인이라고 하더라도, 그리고 어떤 죄인이라 하더라도 사회적 기본권은 지켜져야 합니다.
차별을 금지하고 하나님 앞에 만인이 평등하게 삶을 누릴 권리를 주장하는 너무도 상식적인 내용의 차별 금지 법안이 왜 기독교인들에 의해 거부 되고 있는지 우리 모두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사실이 아닌 내용을 확인도 않고 범 기독교적으로 유포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기독교는 사람들로부터 비판 받고 있습니다. 복음을 전하다가 욕을 먹는 것은 괜찮지만, 얼토당토하지 않은 주장을 내세우고, 제대로 된 사실관계도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퍼다 나르는 일 때문에 손가락질 당하는 일은 정말 낮 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일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단체가 어디인지 그 단체는 이에 대한 해명부터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