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성 속의 지혜
어느덧 시간의 추가 전반전을 넘어 후반전으로 가고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가을의 옷을 입고 겨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여러분께 매 주 올리는 글에 대한 푸념을 말하지만
이제는 글의 훈련이 삶의 진보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몇 주간 일상과 관련된 글을 올렸습니다.
요즘 저에게 가장 이슈가 되는 단어는 일상 입니다.
왜 이토록 일상 앞에 집착 할까요?
일상이 없이는 우리의 인생도 없기 때문입니다.
저희들은 그리도 중요한 일상 앞에 어떠한 가치관으로 살아갑니까?
“여러분은 교회와 사회 속에서 어떤 태도로 살아가고 있습니까?”
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이 질문 앞에 많은 젊은이들은
고뇌하는 빛도 없이 아주 간단명료하게 대답하는 것 같습니다.
“교회에서는 그리스도인답게, 사회에서는 사회인답게 살아갑니다.”
“그렇다면 두 가지 태도의 상관관계는 무엇입니까?”
라고다시 물으면 이에 대한 대답 역시 거리낌이 없습니다.
“그것은 별개의 가치관입니다.
교회에서는 그리스도의뜻대로
그러나 사회에서는 사회의 가치관으로 살아갑니다.”
이것은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도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일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일상 속에는 더 이상 주(主)님으로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분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저희들이 주일 예배를 끝내고
집으로 향할 때 이렇게 기도드릴는지 모르겠습니다.
“주님, 당신께 예배드리고 이제 집으로 돌아갑니다.
일주일 후 다시 당신을 찾아 뵙겠습니다.
당신께서 저와 함께 세상으로 가실 필요까진 없을 것 같습니다.”
삶과 분리된 신앙,
삶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신앙의 모습이
왜 우리에게 나타나게 되었을까요?
그것은 신앙과 일상의 현장이 올바르게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루하루 호흡하며 건강하게 사는
평범하게 보이는 삶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특별한 일 가운데서는 하나님을 찾고 기다리나,
일상적인 삶에서는 하나님을 잊고 무관심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성숙한 신앙은
일상적인 삶에서 우리와 함께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섬세하게 느끼며 깨닫는 것이 기초할 때 가능합니다.
여기서 시편기자의 고백을 들어봅시다
“내가 누워 자고 깨었으니 여호와께서 나를 붙드심이로다” (시 3:5)
“내가 평안히 눕고 자기도 하리니 나를 안전히 거하게 하시는 이는 오직 여호와시니이다”
(시 4:8)
여기서 시편기자는 “눕다, 자다, 깨다”
세 가지의 동사를 사용함으로써
일상적인 삶의 행위를 하나님의 도움과 임재로 느끼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누가 저녁에 눕고 자며
아침에 깨지 않는 사람이 있겠는가?
그러나 시편기자는 이 단순한 습관적인 행위를
오히려 하나님이 간섭하시는 신앙적사건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신앙적 지혜입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이 같은 신앙적 태도를 가질 수 있을까요?
그것은 ‘신앙적인 사고’ 를 통해서 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인간이 자기 삶에 주어진 시간의 의미를
종말론적인 시간으로 이해하는 데서부터 그것은 시작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이 자신의 시간을
하나님께서 단 한번 허락하신
종말론적인 삶의 자리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종말론적인 인식없이 인간은 결코 삶에 대한 어떤 위기의식도
하나님에 대한 의식도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종말론적 사고란 말하자면 우리의 모든 시간이
하나님의 피조물임을 알고,
하나님께서 개입하는 시간으로 바꾸어놓는 힘인 것입니다.
이러한 종말론적인 사고란
시간과 역사 속에서 하나님을 경험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지혜적 사고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일상성을 의미있는
하나님의 사건으로 바꿀 줄 아는 지혜자 였습니다.
그들은 삶 가운데서 특별한 것만을 추구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삶의 모든 자리에서
하나님의 숨결을 느끼며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하나님을 발견하며 경험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지혜적 사고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삶을 사랑하는 것.
시간을 아끼고 활용하며, 부지런하고 게으르지 아니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우리의 현실에 임재하는 하나님의 초월을
경험하는 능력을 신앙 가운데서 키워가는 것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우리의 심장이 뛰고 있음과
호흡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음을 감사하며 사랑하는 일,
우리에게 호흡할 수 있도록 공기를 주신 것과
마실 수 있는 물을 주신 것.
사랑하는 가족을 주시고.
그들의 숨결을 느끼도록 삶을 허락하신 일.
우리에게 이웃을 허락하시고,
그들과 대화할 수 있는 언어와.
그들을 사귈 수 있는 마음을 주신 일,
밥을 먹을 수 있는 식욕과 그것을 소화할 수 있는 힘,
그리고 더러운 것을 규칙적으로 배설하여
육체의 건강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깨닫고 감사하는 일,
또한 우리에게 할 일이 있다는 것과 매일 만날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를 위해 살 수 있으며
우리의 하는 일을 통해서 누군가가
하나님의 손길을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 등이
얼마나 놀라운 축복이며 은혜인가를 깨닫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제는
오히려 세상(일상)에서 하나님을 경험해야 합니다.
이제 이러한 일상성 속에서 하나님을 경험하는 지혜로 살아가는
16진 모든 가족들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