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벌이려고 하는 건 아닙니다.. 자랑할 일도 아니고..
저도 고소 당한 삼일교회 평신도 중 한 명입니다...
그러나 정말 별 것 아닌 작은 말 한 마디로 고소당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나서고 싶지 않았는데....
요즘 맘에 걸리는 언행을 접하게 되서... 제 맘이 불편해서 글을 올려 봅니다.
성추행 사건이 터졌을 때 저는 누구보다도 먼저 이 삼일교회에서 도망하고 싶었던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습관적으로 오갔던 이 교회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지다니
이 교회에서 내 청년의 시간을 보냈던 제 삶 자체가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피해자매 중 한 명의 아픈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알고 지낸 지 오래 됐었는데 그 자매가 교회를 떠난지도 몰랐었기 때문에
왜 떠났는지 역시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 동생에게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런 존재였던 겁니다. 상처 받은 후배들에게 아무런 의지도 되지 못했던
그런 의미 없는 선배였던 겁니다.
그 후배에게 너무나 미안했고
도망가려던 제 모습이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떠나고자 했던 마음을 단도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던 겁니다.
뭐 대단한 일을 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가끔 노회가 열릴 때 피켓시위도 해보고
인터뷰나 기자회견 같은 것이 있을 때 한두 번 참석해본 것이 전부이긴 합니다.
그럴 때 아쉬운 것은
교회 외부 팀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삼일교회 내의 움직임은 별로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치만 백번 양보해서
"지금 삼일교회는 큰 상처를 받았다... 그래서 그 상처가 회복될 때까지는 움직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사람들이 먼저 움직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이해하려 했습니다.
그 사이에 온갖 방해와 어려움 속에서 결국 좋은 목사님이 오셨고
교회는 조금씩 회복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요사이 는 일부 성도들이 이런 식으로 하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우리 (삼일) 교회는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 외부 세력은 우리를 가만히 놔 달라"
그동안 교회 바깥의 정치적 세력들의 움직임 때문에 이 문제가 제대로 치리되지 못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교회 내에서는 그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공식적으로 단 한번이라도 성추행 사건의 해결을 위해 공식적인 조직이나 모임을 만든 적 있었나요?
피해자에게 함부로 했던 우리의 모습을 공식적으로 회개한 적이 있었나요?
교회 내 성도들이 생각의 방향을 정리할 수 있도록 마이크 잡고 발언했던 사람이 있었나요?
이 사건을 해결하고자 노력했던 사람들에게 교회를 흔드는 세력이라 말했던 분들 중에
내가 그 때 잘못 알고 있었다 미안하다'는 말을 저는 딱 한 분의 목사님께 들었습니다. 다른 분들은요?
한 유명한 목회자의 성추행 사건을 뿌리 뽑으려 했는데
오히려 땅 속에는 너무나 많은 한국 교회의 죄악들이 얽혀 있어서
도저히 몇 몇의 개인적 노력으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럴 때
이 문제를 삼일 교회 개교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교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함께 노력하자고 나서준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요
교회 내에서는 '유난스럽다... 이제 그만 해라... '하면서 고상한 신앙생활을 유지하려던 분위기와는 달랐지요...
그런데 그분들에게
우리 교회 좀 가만히 놔둬라...
왜 우리 목사님을 비방하느냐
일부 성도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니 참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왜냐면 제가 삼일 교회에서 가장 싫어하는 그 모습...
그 이기적인 모습을 다시 보는 것 같아서였습니다.
우리 팀의 부흥 (숫자가 늘어나는 것)만이 중요하고
우리 팀모임만이 중요해서 다른 팀에게 피해가 가는지 어떤지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오로지 다른 팀과의 비교, 경쟁.... 그 와중에 오히려 돌봐야 할 양떼들은 돌보지 않고
새끼 많이 낳아 줄 수 있는 건강한 양떼들에게 더 열심을 내고 집중하는 그런 태도 말입니다.
물론 당연히 말로는 이렇게 떠벌이지 않죠. 거룩한 말을 쏟아내는 일에 워낙 능숙한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그리고 그렇지 않은 따뜻한 사람들도 많다는 것도 알지만... 여전히 숫자, 부흥을 외치는 사람들이 많은 게 사실이니까요..
이 사건이 삼일교회 내부의 문제였다면
이 문제를 삼일교회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려 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고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그래요... 어쩔 수 없었겠죠... 다들 본인들이 상처 받은 피해자라 생각했었지 다른 피해자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못했었으니까요..)
삼일교회가 아니라 한국교회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고 손을 내밀었던 겁니다.
우리팀, 우리 목장만을 바라보는 모습에서 벗어나
교회 전체의 모습을 바라봐야 하듯이
삼일교회 내의 회복만을 지향하지 말고
한국교회 전체의 모습을 바라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랑으로 생각하고 과학으로 실천하라’라는 문장은 제가 좋아하는 말 가운데 하나입니다.
삼일교회를 사랑하는 분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사랑은 그냥 순간의 감정이나 기분으로 끝내면 휘발되어 버리지만
그 사랑을 이루기 위한 어떤 현실적 ‘실천’을 하게 되면 큰 힘을 갖게 됩니다.
정말 이 교회를 사랑한다면
우리 교회 일에 외부 사람이 나서지 말라고 주장하기 전에
적극적으로 이 사태를 해결하도록 직접 실천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저수지교회 삼일교회라는 말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 말 잘못 오해하면
저수지 다 채울 때까지는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일단 우리 교회 먼저 살고 보자...이런 생각은 아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삼일 교회 개교회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삼일교회 성도가 아닌 사람들도 함께 고소를 당했습니다.
그들은 삼일교회 내의 사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정신 없었을 때 교회를 대신하여 함께 해결하자고 도움을 줬던 외부(?)인들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외부인들이 간섭하지 말라고 할 수 있습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삼일교회를 향한 억지스럽고 지나친 발언들도 있어왔지만 고소당한 사람들 중에는 그런 분이 없습니다.
언론에 나오는 말을 반만 믿는다고요? 그게 중립입니까? 공평한 태도입니까?
그게 내 신앙 생활과 무슨 상관이냐고요? 그럼 뭐 삼일 공동체에 남아 있을 이유도 없는 거고요...
삼일교회가 과연 이 성추행 사태에 있어서 피해자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일일이 거론하지 않아도 우리가 잘못 진행, 처리해서 가져온 잘못된 과정으로 인해
오히려 이 한국 교회에 더 근 상처를 준 것도 사실입니다. 언제까지 피해자 코스프레만 하고 있을 겁니까?
오히려 삼일교회가 오히려 그 '외부인들'을 품고 함께 가자고 먼저 말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그냥 '우리 좀 냅둬' 하는 식의 말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이렇게 주절주절 제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