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박성순 간사님과 강병희 목사님의 글을 보니, 개선안 자체가 성도들의 소통을 통제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기존의 게시판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들을 고려하지 못하여 생긴 일종의 ‘해프닝’으로 보는 것이 사과의 글까지 올린 분들에 대한 예의일 것 같습니다.
진지한 고민 끝에 사과의 글을 올려 주신 박성순 간사님과 강병희 목사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어떤 규정이나 표준을 만드는 작업은 제가 직업상 몇 년 해 오던 일이라 이 부분에 대한 제언을 좀 드려서 향후 진행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 규정을 만드는 것은 향후 법적 구속력을 가질 뿐 만 아니라 성도들의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므로, 그 규정의 내용 뿐 만 아니라 그 규정을 제정하는 절차 역시 투명해야 합니다.
2. 국제기구나 표준기구가 통상 규정을 제정할 때는 아래와 같은 절차를 준수합니다.(절차는 조직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규정 초안 작성 : 부서나 개인이 교회의 명을 받아 기초초안 작성 / 제출 (부서 혹은 위원회)
- 규정 초안 논의 및 리뷰 : 교회의 위임을 받은 공식 부서에서 해당 초안에 대한 논의 및 수정초안(Draft) 작성
- 규정 공시 : 해당 규정에 대한 Draft 를 공청회 혹은 인터넷 공시를 통해 알리고, 문제점에 대한 건의 사항 취합
- 규정 최종 리뷰 : 문제점에 대한 건의 사항을 취합하고 각각의 건의에 대하여 1:1 로 해결 되었는지 확인
- 규정 확정 및 공시 : 확정된 규정을 공시하고 시행일을 알림 (당회)
3. 무엇보다 누가, 어떤 부서가 어떻게 규정 제정 작업을 진행하는지 그 규정제정 위원/부서 역시 누구인지 공개가 되어야 합니다.
(국회에서 법안을 입안하는 절차를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를 것 같습니다.)
4. 따라서 게시판 규정을 만드시고자 하신다면, 일단 현재 공지된 개선안을 기초 초안으로 삼으시되, 건의 사항이 상당히 많으니 부서를 할당하여 전제적인 건의를 수렴하고 수정 작업을 진행 하시면 되겠습니다.
규정안 내용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은 이렇습니다.
1. 기존의 삼일Talk 은 보완.
게시판 내의 분란 조장이나 댓글 싸움에 대한 부분은 저도 충분히 눈살이 찌푸려지는 부분입니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 예의를 지킨 댓글이 아니라 ‘님이 상관할 바가 아님’ 등과 같이 반말이나 비실명의 글, 욕설 수준의 글은 임의 삭제 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러나 주제에 대한 토론에서 다소 과격해 지는 발언이 없을 수는 없으니, 아주 심각한 것이 아니면 그대로 두는 것도 자유로운 소통의 측면에서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2. 1:1 게시판 신설
개선안 공지와 같이 1:1 게시판 신설은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 교인 입장에서도 공개적으로 알리지 않고 교회에 건의할 수 있는 것은 교인들에게 또 하나의 소통의 길을 열어 주는 것이니 좋은 방안인 것 같습니다.
3. 게시판 글 수의 제한
이 부분은 불필요해 보입니다. 우리교회 성도가 2만명인데, 삼일 Talk 보면 하루에 한 페이지도 글이 안 올라오죠. 제가 자주 가는 커뮤니티만 해도 회원수 몇 명 안 되는데 하루에 3-4 페이지 이상의 글이 올라옵니다.
오히려 게시판 글을 더 많이 쓰게 해서 게시판 분위기를 좀 더 가볍게 하면 좋겠습니다.
4. 기타 저작권 관련 제한
저작권이나 명예훼손 관련한 부분은 어느 정도 규정에 공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나중에 저작권 위반 글이 올라오거나 했을 때, 교회가 부당한 책임을 지어서는 안 되니까, 미리 규정에 넣어 두는 것은 합리적이라 생각됩니다.
아무튼 이번 해프닝을 통해 마음 고생 많이 하시고, 큰 변명 없이 사과의 말씀을 전해 주신 분들께는 다시 한 번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