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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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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졸업과 취직을 하고 나니 옆구리가 허전해서 룸메이트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건강도 좋지 않은 주제에 내 병치레와 뒤치닥거리해줄 사람 고생할 걸 생각하니 기준을 너무 높게 잡으면 평생 장가 못갈 것 같아 '하나님! 내 형편과 처지를 제일 잘 아시오니 나한테 꼭 받는 마누라 주세요. 돈도 필요없고 학벌도 필요없고 인물도 필요 없습니다. 조건은 딱 하나! 나보다 믿음 좋은 여자 주세요'라고 기도했다. 

배필을 놓고 하나님께 한두달 정도 떼를 쓰고 나니 세상 모든 처자들이 내 마누라감으로 보였다. 그래서 교회 청년부에서 이 여자가 내 마누라인가, 아니면 저 여자인가 하면서 이리저리 찔러보고 돌아가며 교제를 나누며 탐색전을 벌였다. 하도 이 여자, 저 여자 가리지 않고 집적거리며 쑤셔댔더니 ooo이는 바람둥이라는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렸다!!!

그러던 어느 날, 청년부에 있던 한 자매가 '내가 기도하는데 하나님께서 형제님이 나의 배필이라고 합니다'라고 대쉬해오는 것이었다. 당시 청년부에는 산기도 보따리를 아예 교회에 갖다놓은 '여걸 세븐'이 있었는데 이 자매가 그 중 하나였다. 너무 급작스럽게 다짜고짜로 쳐들어오자 나는 적지 않이 당황했다. 게다가 내 나름대로 생각하던 기준에 영 맞지 않는 자매라서 '무슨 소리냐, 나는 아직 응답 못받았다' 하면서 왕오리발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하나님, 저 자매가 나를 지 꺼라고 하는데 저에게도 응답을 주세요. 이삭에게 리브가를 주셨을 때 낙타표징, 기드온에게도 양털표징을 보여주셨듯이 저도 '세 가지' 표징을 구하겠습니다. 첫째, 저 자매가 나한테 양말을 주면 응답인줄 알겠습니다'라고 기도했다. 그 자매가 당시 청년부 부회장이었는데, 5월 어느 주일 회계가 결석하는 바람에 부회장인 그 자매가 내 생일 선물이라면서 양말을 챙겨주는게 아닌가!  이게 왠일...

'하나님, 첫번째는 우짜다가 맞았습니다. 그럼 두번째로, 저 자매가 혁띠를 주면 응답인줄 알겠습니다'... 몇달 후 청년부 하계수련회 물건을 살 일이 있어 종로3가 지하상가를 들를 일이 있었는데, 물건을 다 사고 나오는데 그 자매가 잠깐 기다리라더니 혁띠를 사가지고 와서는 '평소에 이걸 형제님께 선물하고 싶었습니다'라면서 주는게 아닌가! 얼씨구, 점입가경...

'하나님, 두번째까지는 맞아떨어졌네요. 그런데, 세번째는 좀 어렵습니다. 요새 제가 대구에 내려가면 어머니가 학벌좋고 예쁘고 돈많은 여자를 줄 세워놓고 선을 보게 하는데, 제가 보기에 이 자매는 학벌도 별로이고 돈도 별로 없고 생긴 것도 별로라서,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간 어머니가 허락할 것 같지가 않습니다. 어머니가 허락해야 행복한 결혼생활이 될 것 같으니 어머니 입에서 오케이 소리가 나오게 해 주세요'...

그러고는 어머니께 좋은 며느리감을 골라놨으니 서울 한 번 올라오라고 했다. 다음날 벼락같이 올라오셨다. 직장근무중 짬을 내어 점심시간에 청량리 맘모스백화점 안에 있는 서울다방에서 3자가 역사적인 미팅을 가졌다. 그런데 어머니는 그 자매를 보자마자 그 큰 다방 의자를 번쩍 들더니 획 돌아앉아 버렸다. 영 마음에 안드는 모양이었다.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하면서 통성명하고 그 자매 자랑을 침이 마르도록 하고는 헤어졌다.

오후 근무를 마치고 저녁에, 어머니를 모시고 온, 은평구에 사는 누님한테 무거운 마음으로 전화했다. 어머니는 버얼써 대구로 내려가셨다고 한다. 혹시 어머니가 무슨 말을 안 하더냐고 물었다. 한참 뜸을 들이던 누님 왈, '어머니가 버스에서 한참 동안 말없이 한숨만 푹푹 쉬다가 딱 한마디 하고 가셨는데, '야야! 지가 저렇게 좋다카는데 우야노, 고마 장가 보내자''!!!

할렐루야!!!  세상에...  옴마 입에서 오케이가 나오다니... 하나님의 응답을 받고 그 자매를 만나니 내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자매에게서 은은한 천국의 향기가 풍겼다.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향기였다. 그리고 갑자기 눈이 삐어버려서 그 자매가 그렇게 이쁘게 보일 수가 없었다. 제 눈에 안경!

궁금해서 자매한테 어떻게 응답받았냐고 물어봤다. 자매 왈, 기도하는데 환상에 어느 시골집이 보이면서 '여기가 ooo네 집이다. 저기 누워 계시는 분이 네 시아버지다'라고 하셨단다. 응답은 받았는데 당시 내가 하도 이 여자, 저 여자에게 집적거리고 있으니 차마 말을 못하겠고, 답답한 마음에 어느 권사님께 말씀드렸더니 권사님께서 상대방이 응답 못받아 헤매고 있을 때에는 이쪽에서 먼저 알려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하셨단다. 여자 체면에 차마 프로포즈를 먼저 하기가 쪽팔리고 자존심이 상했지만 하도 내가 철없이 천방지축으로 노니까 인생이 불쌍해서 얘기하셨단다...  쩝...  쩝쩝...  왕쩝쩝...

지금까지 20여년동안 같이 살아보니 정말 나한테 딱 맞는 배필이다. 병약하고 게으르고 대구 보리문둥이에, 꼴에 경상도 양반이라고 부엌 근처에도 안가는 나를 지극정성으로 섬기며 몸에 좋다는 것은 다 해다 먹인다. 성격도 털털해서 쫀쫀한 나를 태평양 바다같은 아량으로 잘 품어준다. 또 기도한대로 믿음도 나보다 한참 고수여서 영적인 부분에서는 마눌님 앞에서 깨갱 하고 꼬랑지를 내린다.

진짜 하나님은 최고의 중매쟁이다. 하나님은 나의 성격과 특질과 장단점을 제일 잘 아시고, 나에게 톱니바퀴처럼 꼭 맞는 배필을 중매해 주셨다. 하기야, 하나님이 우리를 지으셨으니 하나님보다 더 확실한 중매쟁이가 어디 있겠는가? 처녀총각 여러분! 인생의 동반자를 찾고 있습니까? 하나님께 맞춤형 배필을 달라고 기도하세요. 하나님이 최고의 중매쟁이 입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지금 내 옆에 누워있는 사람이 진짜인가 가짜인가 헷갈려 하시는 분이 있을까 싶어서 그러는데, 진짜가 맞습니다. 맞고요... 그 사람을 만났을 때 가슴이 두방망이질 치고, 눈이 삐어서 곰보가 보조개로 보였던 게 바로 성령의 역사입니다. 누구나 현재 짝을 이루고 있는 사람이 하나님께서 맺어주신 최고의 배필인 줄 굳쎄게 믿고 행복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