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입학 때 글씨, 숫자도 모르고 들어간 아이는 내 딸 밖엔 없었을지도 모른다.
배움이 한이 되고 보니 팔자만 더럽더라 싶어 제 답답하면 스스로 배우겠지 하면서 일부러 의지를 들여 가르키지 않았었다.
수학을 40점 맞아 온 날은 "엄마! 난 수학이 너무 재밌어요!" 하니 차마 혼내킬 수도 없었다.
공부 못하게 키웠지만, 질문 하고는 컸는지 모르겠다.
교회 안에서는 키웠는데 말씀 안에 자라는 건 실패했다.
일 주일에 한번은 만나자고 약속한 날도 잊은 체, 집을 비워 놓고 있는 딸이 너무 야속했다.
개들이 똥을 거실 사방에다 싸 놓은걸 보니 저것들도 애정 결핍증으로 보여 너무 화가 나고 안타까왔다.
치우려다니 갑자기 울렁증에 숨 통까지 막히는 것 같아 바로 돌아 내려와 버렸다.
주간에 들은 말씀으로 나눠 보자는 건 허울 좋은 명분만 됐고, 자식이 우상이 돼 끊지 못하는 애증의 먹이감이 된 몰골이다.
이제는 마음이 아프면 꼭 몸으로 표시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