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때 처음 삼일교회에 와서 예배드리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아이 둘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20대 때는 예배드리면서 겪는 이런저런 불편함들에 불평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런 불편함을 감내하는 모습이 신앙을 증명하는 척도처럼 생각되어 때로는 즐기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교회에 오게 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언젠가 한번 목사님들이나 직원 분들 등 교회의 스탭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었는데,
팀 활동에서 멀어져서인지 누구에게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게 돼버려서, 홈페이지에 올립니다.
1. 수유실
-너무 좁습니다.
삼일교회의 성도 중 수유를 해야 하는 '엄마 성도'의 숫자가 얼마인데,
고작 두 평 남짓한 수유실이라니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문을 열면 바로 내부가 보이는 구조여서, 수유를 하는 내내 불안합니다. 교회를 지을 당시 출산과 육아에 경험이 있는, 혹은 그런 분야에 개념이 있는 분이 전혀 참여를 안 했는지, 수유실의 기본적인 면도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우리 사회 만큼이나 교회도, 교회 건축도, 여성의 시각이 부족함을 증명하는 듯합니다.) 이제 와서 구조를 변경하기 힘들다면, 커튼이라도 달아 주십시오.
-마트나 백화점, 고속도로 휴게소 등 어느 곳이든 수유실을 가본 적 있으신지요. 기저귀 교환대, 이유식을 데우기 위한 전자렌지, 정수기, 싱크대 등은 기본으로 갖춰져 있습니다. 물티슈나 젖병 소독기를 갖추고 있는 곳도 많습니다. 수유실 혹은 4층 아이동반 예배실에라도, 필요한 물품이 조금이라도 구비되어 있었으면 합니다.
2. 4층 아이 동반 예배실
-좁습니다. 특히 2부나 3부 예배 때는 갓난아기부터 유아까지, 엄마와 아빠와 섞여서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합니다. 갓난아기를 뉘일 공간도 없고, 간혹 뛰어다니는 아이들에게 누워 있는 아기가 밟힐까 늘 조마조마합니다. 발디딜 틈이 없어서 이동하기도 힘듭니다. 발냄새에 아이들 땀냄새, 엄마들이 아이들 간식으로 가져오는 각종 음식물 냄새 때문에 숨이 막힐 것 같습니다. 2,3부 예배 때만이라도 아이 동반 예배실이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예배실 내 화장실에는 휴지통이 하나밖에 없어서 늘 기저귀와 쓰레기들로 넘칩니다. 아이용, 어른용 신발이 없어서 맨발로 드나들고요, 휴지도 늘 없습니다. 다른 층 화장실에는 구비되어 있는 기본 물품들이 왜 유독 4층 예배실 내 어린이화장실에만 없을까요? 아이들이 사용하는 공간인데, 전염병 발생하기 딱 좋은 환경입니다.
-방석이 더 필요합니다. 딱딱한 바닥에서 아이들과 출산한 지 얼마 안된 엄마들, 임산부들이 예배를 드립니다. 방석 좀 놓아 주십시오.
-바닥에 두고 쓰는 등받이 있는 의자가 넉넉히 있었으면 합니다. 4층에서 예배드리는 분들 중에는 임산부들이 많습니다. (둘째를 임신한 경우, 첫 아이를 데리고 4층에서 예배드려야 하니까요). 임산부에게, 딱딱한 바닥에(앞서 말씀드렸듯 방석도 없습니다) 1시간 앉아 있는 일은 고문입니다. 거의 불가능합니다. 양 옆의 벽에 기대는 게 고작인데, 그나마 사람이 많을 때는 그것도 못 하지요.
'교회에 편하려고 오느냐'는 반박이 있을까 두렵지만, 용기내서 적었습니다. 교회에 힘들려고 오는 건 아니니까요.
삼일교회는 큰 교회입니다. 교계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에 대해서도, 책임감 있는 모습이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출산이 사회적 이슈이고, 출산/육아에 관해 개인/사회/국가적인 측면에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대이지요.
교회가 사회의 이슈를 리딩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비슷한 수준의 감수성은 갖춰야 하지 않을까요.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최소한 고속도로 휴게소 정도의 수유실은 돼야하지 않느냐는 겁니다.
아이와 함께 교회에 가는게 '단단히 각오하고 가야 하는 불편한 일'은 최소한 아니었으면 합니다.
위에 적은 것들은 그렇게 되기 위해 필요한 아주 기초적인 편의시설입니다.
자꾸만 4층에 사람 적은 4시반 예배만 가게 되는 게 안타까워 그럽니다....
덧붙여,
저는 교역자나 교회 직원 분들이 각 예배실에 흩어져서 예배드리는 이유 중에, 그 장소의 불편한 점이나 문제점이 있는지 살피는 것도 포함돼 있는 줄 알았습니다. (설마 예배드리러 온 성도들 숫자 세는 게 그 분들의 일의 전부는 아니겠지요.) 왜 수유실과 아이동반 예배실의 많은 문제들이 계속 방치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4층에서 예배드리시는 교역자나 직원 분들은 보지 못하시는 걸까요? 아니면 보면서도 개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시는 걸까요? 교회 게시판에 글 쓰는 것, 여러모로 쉽지 않습니다. 특히나 심리적으로, 두려움이 따릅니다. 욕먹을 것 같고, 쓸데없는 짓 하는 것 같고, 내 이름 아는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할까 걱정도 됩니다. 성도 개인이 나서서 목소리 내기 전에 교역자 분들이 살펴 주시면 안될까요? 저는 아기 엄마라서 수유실과 4층 예배실에 대해서만 알고 있을 뿐입니다. 다른 부서, 다른 장소에는 이런 문제가 없을지 의문입니다.
완벽한 예배 환경을 원하는 건 아닙니다. 쾌적하면 좋겠지만, 불편함도 어느 정도는 예배를 위해 감수할 수 있습니다. 교회가 백화점도 아니고, 제가 고객도 아니니까요.
그러나 문득, '태아부모학교' 광고 화면을 보다가 좀 발끈했습니다.
태아부모학교도 좋고, 부모교육 프로그램, 주일학교 행사, 뭐 다 좋은데,
다 좋은 일이고, 그래서 성도들에게 그런 데 참석하라고 독려하는 것 이해하는데,,,
정작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에 대해 교회는 얼마나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어느새 아이 둘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20대 때는 예배드리면서 겪는 이런저런 불편함들에 불평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런 불편함을 감내하는 모습이 신앙을 증명하는 척도처럼 생각되어 때로는 즐기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교회에 오게 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언젠가 한번 목사님들이나 직원 분들 등 교회의 스탭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었는데,
팀 활동에서 멀어져서인지 누구에게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게 돼버려서, 홈페이지에 올립니다.
1. 수유실
-너무 좁습니다.
삼일교회의 성도 중 수유를 해야 하는 '엄마 성도'의 숫자가 얼마인데,
고작 두 평 남짓한 수유실이라니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문을 열면 바로 내부가 보이는 구조여서, 수유를 하는 내내 불안합니다. 교회를 지을 당시 출산과 육아에 경험이 있는, 혹은 그런 분야에 개념이 있는 분이 전혀 참여를 안 했는지, 수유실의 기본적인 면도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우리 사회 만큼이나 교회도, 교회 건축도, 여성의 시각이 부족함을 증명하는 듯합니다.) 이제 와서 구조를 변경하기 힘들다면, 커튼이라도 달아 주십시오.
-마트나 백화점, 고속도로 휴게소 등 어느 곳이든 수유실을 가본 적 있으신지요. 기저귀 교환대, 이유식을 데우기 위한 전자렌지, 정수기, 싱크대 등은 기본으로 갖춰져 있습니다. 물티슈나 젖병 소독기를 갖추고 있는 곳도 많습니다. 수유실 혹은 4층 아이동반 예배실에라도, 필요한 물품이 조금이라도 구비되어 있었으면 합니다.
2. 4층 아이 동반 예배실
-좁습니다. 특히 2부나 3부 예배 때는 갓난아기부터 유아까지, 엄마와 아빠와 섞여서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합니다. 갓난아기를 뉘일 공간도 없고, 간혹 뛰어다니는 아이들에게 누워 있는 아기가 밟힐까 늘 조마조마합니다. 발디딜 틈이 없어서 이동하기도 힘듭니다. 발냄새에 아이들 땀냄새, 엄마들이 아이들 간식으로 가져오는 각종 음식물 냄새 때문에 숨이 막힐 것 같습니다. 2,3부 예배 때만이라도 아이 동반 예배실이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예배실 내 화장실에는 휴지통이 하나밖에 없어서 늘 기저귀와 쓰레기들로 넘칩니다. 아이용, 어른용 신발이 없어서 맨발로 드나들고요, 휴지도 늘 없습니다. 다른 층 화장실에는 구비되어 있는 기본 물품들이 왜 유독 4층 예배실 내 어린이화장실에만 없을까요? 아이들이 사용하는 공간인데, 전염병 발생하기 딱 좋은 환경입니다.
-방석이 더 필요합니다. 딱딱한 바닥에서 아이들과 출산한 지 얼마 안된 엄마들, 임산부들이 예배를 드립니다. 방석 좀 놓아 주십시오.
-바닥에 두고 쓰는 등받이 있는 의자가 넉넉히 있었으면 합니다. 4층에서 예배드리는 분들 중에는 임산부들이 많습니다. (둘째를 임신한 경우, 첫 아이를 데리고 4층에서 예배드려야 하니까요). 임산부에게, 딱딱한 바닥에(앞서 말씀드렸듯 방석도 없습니다) 1시간 앉아 있는 일은 고문입니다. 거의 불가능합니다. 양 옆의 벽에 기대는 게 고작인데, 그나마 사람이 많을 때는 그것도 못 하지요.
'교회에 편하려고 오느냐'는 반박이 있을까 두렵지만, 용기내서 적었습니다. 교회에 힘들려고 오는 건 아니니까요.
삼일교회는 큰 교회입니다. 교계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에 대해서도, 책임감 있는 모습이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출산이 사회적 이슈이고, 출산/육아에 관해 개인/사회/국가적인 측면에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대이지요.
교회가 사회의 이슈를 리딩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비슷한 수준의 감수성은 갖춰야 하지 않을까요.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최소한 고속도로 휴게소 정도의 수유실은 돼야하지 않느냐는 겁니다.
아이와 함께 교회에 가는게 '단단히 각오하고 가야 하는 불편한 일'은 최소한 아니었으면 합니다.
위에 적은 것들은 그렇게 되기 위해 필요한 아주 기초적인 편의시설입니다.
자꾸만 4층에 사람 적은 4시반 예배만 가게 되는 게 안타까워 그럽니다....
덧붙여,
저는 교역자나 교회 직원 분들이 각 예배실에 흩어져서 예배드리는 이유 중에, 그 장소의 불편한 점이나 문제점이 있는지 살피는 것도 포함돼 있는 줄 알았습니다. (설마 예배드리러 온 성도들 숫자 세는 게 그 분들의 일의 전부는 아니겠지요.) 왜 수유실과 아이동반 예배실의 많은 문제들이 계속 방치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4층에서 예배드리시는 교역자나 직원 분들은 보지 못하시는 걸까요? 아니면 보면서도 개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시는 걸까요? 교회 게시판에 글 쓰는 것, 여러모로 쉽지 않습니다. 특히나 심리적으로, 두려움이 따릅니다. 욕먹을 것 같고, 쓸데없는 짓 하는 것 같고, 내 이름 아는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할까 걱정도 됩니다. 성도 개인이 나서서 목소리 내기 전에 교역자 분들이 살펴 주시면 안될까요? 저는 아기 엄마라서 수유실과 4층 예배실에 대해서만 알고 있을 뿐입니다. 다른 부서, 다른 장소에는 이런 문제가 없을지 의문입니다.
완벽한 예배 환경을 원하는 건 아닙니다. 쾌적하면 좋겠지만, 불편함도 어느 정도는 예배를 위해 감수할 수 있습니다. 교회가 백화점도 아니고, 제가 고객도 아니니까요.
그러나 문득, '태아부모학교' 광고 화면을 보다가 좀 발끈했습니다.
태아부모학교도 좋고, 부모교육 프로그램, 주일학교 행사, 뭐 다 좋은데,
다 좋은 일이고, 그래서 성도들에게 그런 데 참석하라고 독려하는 것 이해하는데,,,
정작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에 대해 교회는 얼마나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