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로 구원을 얻게 하라

 

세계 어느 민족에게나 고유의 명절이 있습니다.

오는 27일은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입니다.

추석은 순수한 우리말로 한가위라고 합니다.

추석이라는 말은 후대에 예기(禮記)에서 음력 정월을

춘조월(春朝月)이라고 하고 팔월을 추석월(秋夕月)이라고

부른 데서 연유하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사실 신라시대의 추석은 축제로 시작되었습니다.

음력 8월 15일은 곡식과 과일을

거둬들이는 추수의 기쁨이 있는 때입니다.

그리고 날씨는 덥지도 춥지도 않은 청명한 계절입니다.

바로 축제의 계절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순수한 축제에 달을 숭배하는

배월(排月)의식과 조상에게 제사지내고 성묘하는 의식이

첨가되어 축제의 중심에 자리를 잡게 된 것입니다.

 

고대로부터 우리 한민족의 심성의 바탕에 자리 잡은

샤머니즘과 5세기에 들어와 14세기까지 융성했던 불교적인 것과

그리고 15세기부터 근세에까지 지배사상인 유교사상 등의

영향으로 추석 명절에 이교적인 요소가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그 점이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어려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이교적인 사상을 배제하면서 전통문화를

수용하여 더 발전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그리스도인이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세상으로부터 분리되어 나온 자이지만

동시에 하나님으로부터 세상으로 보내심을 받은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민족의 고유 명절인 추석을

어떻게 맞이하고 보내야 할까요?

사도 바울은 많은 사람을 기쁘게 하려면 자신의 유익을 위하지 않고

많은 사람의 유익을 위하여 행동해야 한다고 말씀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전통문화와 올바로 만나기 위하여는

먼저 복음의 절대성 확립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확고한 신앙고백을

바탕으로 우상숭배를 배격하여야 합니다.

그 다음에 전통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어거스틴은 "존재하는 것은 선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우리의 전통문화도 하나님께서 주신 것으로 선한 것입니다.

그러나 복음은 절대적인 것으로 전통문화도 변혁의 대상으로 삼는 것입니다.

 

전통문화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이교적인 요소와

죄의 요소는 과감히 거부하여야 하지만

미풍양속이나 축제와 놀이 등의 중립적인 요소들은

수용하고 또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러한 변혁은 결국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미치게 되고

그들이 복음을 접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그렇게 하여 "저희로 구원을 얻게 하라"(33절)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복음으로 문화를 변혁하는 길은 곧 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접하게 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추석 명절을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또

믿는 형제들을 기쁘게 하고 더 나아가 믿지 않는

세상 사람들도 기쁘게 하며 보낸다면 바로

“저희로 구원을 얻게 하라”는 말씀을 이루는 것입니다.

추석 명절에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나와 같이 모든 일에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여 나의 유익을 구치 아니하고

많은 사람의 유익을 구하여 저희로 구원을 얻게 하라”(고전 1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