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유한자는 복이 있나니
1.태도보수
2-30대때는 개혁적인 힘이 느껴지는 사람과 진보적인 정책들에 표를 던졌다. 그런데 나이가 더 들면서 이상하게 사람이 주는 좋은 느낌에 따라 투표를 하는 경향이 늘어나는 것 같다.
가끔 썰전이라는 프로를 보는데 그 프로는 진보와 보수 두패널이 자기 생각들을 피력하면서 토론을 하지만, 다른 프로와는 달리 두패널과 사회자가 친한 선후배들 끼리 술자리에서 이야기 하는것 같이 서로를 감정적으로 포용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치열하게 주고 받지만 밉지 않은 톰과 제리 같다고나 할까?
물론 그 뒤통수에서는 자기의 주장들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한 계산에 따라 잔머리가 팽팽 돌아가고 있는 것이 눈빛에 보인다.
그래도 좋은 얼굴로 웃으면서 부드럽게 자기의 주장들을 하는 것을 보면 나와 성향이 맞지 않는 내용인데도 지지하고 싶은 마음이 종종 든다.
어쩌겠나. 사람이란게 옳고 그름 보다는 좋고 싫음을 따라가는 본성이 있는 존재인 것을.....,
그 프로에 나오는 한 패널중에 이철희 소장님이라는 분이 몇 달전에 하신 말씀이 오래간 기억에 남는다.
한 대학교수가 지난 대선때 야권후보로 나와 낙선한 분에게 한 말인데, 그 말을 듣고 야권후보는 무릎을 치며 통탄했다고 한다.
바로 그 말이 ‘태도보수’라는 말이다.
그 뜻은 진보진영의 개혁적 정책을 좋아하고 찬성하지만,
그것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보수적인 진영에다가 표를 던지는 그룹에 대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자신과 같은 생각과 감성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서 서로 마음을 나누고 주장을 서로 확고히 하는 것은 쉽고 달콤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렇게 마음이 같고 주장이 같은 부류의 사람은 숫자가 많지 않다. 결국에는 그 옳은 주장을 받아주지 않는 주변과 세상이 미워진다.
마음에 맞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을 설득하는 것은 어렵다.
그런데 우리가 세상에서 만나고 대결하고 타협해야 하는 사람들은 거의가 다 마음에 맞지 않는 사람들이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는 어쩌고 저쩌고 할 필요도 없이 그냥 재미있게 함께 하면 되는 것이다.
자신들의 좋은 뜻이 더 넓게 퍼지게 하기 위해서는 이질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설득과 수용이라는 절차를 겪을 수밖에 없다. 그 절차에서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태도’라는 것이다.
이는 진보 보수를 떠나서 자기편끼리 뭉치고 단결하기는 잘하지만 자기편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을 놓치는 우를 범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경고가 큰 것 같다.
태도보수뿐 아니라 태도진보도 많다.
2.메라비언의 법칙
미국의 심리학자 메라비언은 우리가 의사소통에 사용하는 말, 소리, 몸짓 중에 그 중요도가 몸짓 55%, 소리 38%, 말의 내용 7% 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말과 표정이 다를 경우 표정을 더 믿게 된다는 것이다.
말의 내용이 7% 밖에 안 된다니.....,
한 심리학자의 말을 그대로 다 믿는 것은 아니지만,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연구결과인거 같다.
인간은 원래 자기 자신이 믿을만한 존재가 못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믿지 않는다.
말 그대로 믿기 보다는 그 얼굴 뒷면에 숨은 진심을 알려고 한다.
타인에게 신뢰를 받고 의사소통도 잘하는 사람은 의사소통 그 자체보다는 평상시의 자신의 행동을 관리한다.
사람이 말솜씨나 수사력으로 깊은 속마음까지 바꿀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토론이나 설득은 자신이 오래간 쌓아 놓은 신뢰라는 기반위에 몇가지 내용을 얹어서 전달하는 것 뿐이다.
상대방은 그 사람의 말의 내용보다는 그 사람에 대한 기억, 그리고 그가 평상시에 쌓아둔 인품에 따라 나오는 태도, 표정, 숨소리등에서 은연중에 뿜어내는 진실성을 캐치하고자 마음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평상시에 바른 태도로 신뢰를 주지 못한 사람이 화려한 말솜씨로 바꿀수 있는 것은 사람의 깊은 마음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들뜨게 만드는 마음 정도일 뿐이다.
더 긴시간 동의를 구하자면 강압이나 세뇌의 방법을 쓰는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스스로 옳다는 것을 주장하지만 그것을 듣는 그 사람들도 자기가 옳다는 주장을 하고 싶은 생각이 마음에 가득찬 사람들이라는 것을 종종 잊는다.
3.어떻게 새를 울게 만들것인가?
일본의 역사를 이야기 할때 자주 등장하는 인물들이 오다 노부나가, 토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아스이다.
그들의 성품에 대한 짧은 설명은 매우 유명하다.
오다 노부나가는 새가 울지 않으면 죽인다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새가 울지 않으면 울게 만든다.
도쿠가와 이에아스는 새가 울지 않으면 울때까지 기다린다
그런데 그들의 성품과 그들 인생의 결과에서 보이는 연관성은 매우 흥미롭다.
오다 노부나가는 가신의 모반에 의한 습격에 자살했고,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정권은 그가 죽은후에 급속히 쇠락했다.
결국 마지막에 천하를 통일하고 나라의 기반을 잡은 사람은 도쿠가와 이에아스 였다.
결과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는 역사적인 관점에서 본것 이지만 그들의 성품과 그들이 맞은 인생의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아스는 사람의 진심을 얻는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았고. 진심은 강압적인 주장으로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던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기 주장을 명확하게 잘하는 화려한 언변을 가진 사람들보다는, 몇마디 씩만 툭툭하고 진지하게 들어주면서 실실 웃는 얼굴로 뒤로 잘 빠지는 사람들이 무서워진다.
그런 사람들에게서 피하기 힘든 카운터 펀치가 날라온다는 것을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이에아스 같은 능구렁이에게 야금야금 영역을 뺏기면서 주변에서 울어주는 새소리에 취해 손발 뻗고 눕고 싶은 본성이 내안에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온유함은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는 미덕이 아니다. 그리고 패배하면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기술도 아니다.
온유함은 진정으로 이기기 위해 시간과 환경에 휘둘리려는 자신을 다스리는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