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전에 저희 회사 tv본부장에게 이렇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신도수 10명(그중 3명은 내
식구니 순수 신도는 달랑7명)
위치는 우체부 한번 오지 않는 깊은 산속
오지.
나는 그런 교회 목사입니다.
조건보다는 사명이 이끄는 삶을 살자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신도수 10명 안되는 오지교회 목사나 수만명의 신도를 가진 서울대형 교회목사나 사명을
감당하는데는 가치비교가 불가능함을 말하곤 하였습니다.
(제가 요새 고민중입니다.
1년에 단막극 한번 달랑하는 드라마 피디를 계속할 것인지,
장애인등 소외계층을대상으로 하는 제 3라디오로 옮겨가서 매일 방송할 것인지....)
제 고민을 들은 친구들이 ‘네가 행복할 길을
가라’하였습니다.
저는 두 길이 모두
행복합니다.
제3라디오를 한다면, 덜갖춘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유용한 정보를 주니 행복할 것이고,
드라마를 한다면, 이야기를 꾸미는
것이 즐겁고, 그 표현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즐겁기 때문에 이또한 행복합니다.
‘내 청춘에 건배’라는 유행가가사를 따와서 말합니다.
‘제 꿈에 의리’를 지키려 합니다.
드라마를 사랑하였으니, 그 드라마에 의리를 지킵니다.
의미보다는 재미에 다가가려 합니다.
12월 27일에 햄릿으로 낭독공연을 합니다.
어제 처음으로 연습을 하였습니다.
휠체어 타는 척수 장애인 6명과 시각장애인 2명이 모였습니다.
낭독공연은 실제 몸으로 연기하지 못하니까
낭독을 통한 소리로 하는 연극입니다. 라디오 드라마와 비슷하지요.
저는 그 연기자들에게 우선 존재감을 확인시키려합니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이 세상에서 잉여인간이 아니고, 폐품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확인시키려
합니다.
(다행히 이 행사를 주최하는 사람이 성우이자 녹음실 사장이어서
재주가 발견되는 사람은 라디오CM에 성우로 참가시킬 계획이 있다니 참으로 기쁜 일입니다.)
우선 할 일은 우리를 몽땅 제물로 드리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 >(로마서 12장
1절)
영화 <꿍따리 유랑단>을 할 때 척수마비자인 김지혜가
바닥에서 몸을 비비적거리며 휠체어로 트랜스퍼할 때,나레이션을 맡았던 꿍따리 유랑단장인 강원래씨가 울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거였습니다. 우리가 힘들게 힘들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나도 할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여기까지 우리가 왔습니다’
먼저 저는
낭독공연연기자에게 요구하려 합니다. 너도 할수 있다는 걸 먼저 느끼라고. 그걸 보여줘서 관객이 감동하면 좋은 것이고, 그들이 못느껴도 아무
관계없다고.너만 느끼면 된다고.
드라마에 몸담고 있으니 이런 일에 요청이
옵니다.
저는 장애인이고, 드라마
피디입니다.
그러니 제가 해야할 일은,
장애인과 대중문화를 합한 지점입니다.
드라마에 있으니 가능한 일입니다.
나의 하나님은 재미에 의미를 더해주시는 은혜를 주십니다.
<15분 햄릿>과 안톤 체홉의 <청혼> 두 가지를
공연합니다.
보도자료 나오는대로 보낼테니 KBS에서
도와주십시오.
TV 본부장이 뭐 할 것있습니까? 이런 거를
해야지요.
(타사에는 알리지 않았으니, KBS에서 하면
특종입니다.)